"세법개정 참여, 세무사 사회적 위상 업그레이드"
"납세자가 이해하기 쉬운 '신개념 소득세법' 만들 것"
그동안 정부가 마련한 세법 테두리 안에서 주로 납세자를 대상으로 세무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세무사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대적인 세법개정 작업의 전면에 나섰다.
세무행정 현장에서 익힌 실제 경험을 토대로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해 불합리한 세정을 바로 잡고, 행정편의주의적 현행 세법을 타파하기 위해 조세전문가로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최근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7월부터 기획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조세법령개혁작업 중 '소득세법 새로 쓰기' 연구용역을 수주, 납세자들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소득세법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이번 용역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사진)는 "세무사는 정부의 세무행정과 가장 가까이 있는 납세자들의 세무조력자이자 세무전문가"라며 "납세자의 권익보호 및 개정세법에 대한 조세저항 최소화를 위해서는 세무사들의 조세정책 참여가 필수"라고 밝혔다.
구 세무사는 "기존 세무사 업무는 세무행정 분야에만 너무 치중됐고, 조세정책 입안·개정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용역은 세무사들이 세법개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세법전문가로 인정받는 등 세무사들의 사회적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소득세법 개정작업에 대해 "사회변화에 따라 신종 소득이 늘어나면서 과세소득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소득세법은 누더기 세법이 됐다"며 "기존 세법 틀을 납세자 편의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 납세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새로운 소득세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한국세무사회에서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세법령개혁작업 중 '소득세법 새로 쓰기' 용역을 수주했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정부에서 조세법령개혁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세무사회 차원에서 세법개정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발빠른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6월 조세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 지난달 재정부로부터 용역을 수주했다.
세무사들은 세법집행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며, 국세청의 세무행정에 있어 납세자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는 세무사뿐이다. 세법개정안 등 정부가 세법 및 조세제도를 바꿀 경우 실제로 납세자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도 세무사들밖에 없다.
즉 세법개정은 물론 조세제도와 관련된 정부정책에 세무사들이 적극 참여해야 세무행정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무사들이 정부에 올바른 건의·지적을 해줘야 납세자들이 개정된 세법에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조세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조세법령개혁 작업에 실제 세무행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는 세무사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세무사회 차원에서 납세자 권익을 위한 새로운 세법을 만들고자 적극 추진했다.
□ 정부의 세법개정 작업에 한국세무사회가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세무사회는 물론 많은 세무사들도 이번 용역수주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데.
☞사실 그동안의 세무사 업무는 세무행정 분야에만 너무 치중돼 있었다. 세법 또는 각종 조세정책을 입안·개정하는 일은 우리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세무사들은 납세자들과 과세당국의 세무협력자로서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세법·회계전문가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무사 및 세무사회의 사회적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세무사들이 세무행정외에도 세법개정 등 조세제도 입안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번 '소득세법 새로 쓰기' 작업은 세무사들의 조세정책 참여에 시발점이 될 것이다.
기존 세법들은 정부 입법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국회 또는 국민들의 청원으로 만들어진 세법은 거의 없다. 매년 발표되는 세법개정안도 전면적인 개편안은 정부가 만들고, 국회는 단순히 심의만 할 뿐이다.
이에 따라 다소 행정편의적인 세법이 탄생할 수 있으며, 조세정책이 국민들의 불편과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조세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조세정의 원칙에 맞지 않는 정부입법은 조세전문가들이 지적해 수정해야 한다.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조세분야 최고 권위자인 세무사들이 정부의 세법 입법과정에 참여할 경우, 국민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좋은 세법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 당초 조세법령개혁작업은 소득세법,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 등 3개 세법에 대한 외주용역이 계획됐다. 법인세법과 부가세법의 경우 국내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에서 용역을 수행중이다. 세무사회가 특별히 소득세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무사는 가장 가까이에서 납세자들의 세무행정을 지원하는 조력자들이다. 다른 세금들에 비해 소득세는 일반 국민들과 가장 밀접한 세목으로, 세무사들의 업무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실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은 기업 또는 일부 부자들에게만 관심이 있는 세금이다. 이에 비해 소득세는 직장인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 등 우리 서민들의 세금이다.
다른 세금은 몰라도 소득세의 경우 납세자들을 대변하는 세무전문가인 세무사들이 개정작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현재까지 '소득세법 새로 쓰기' 용역은 어느 정도 진행됐으며, 실제로 개정작업에 착수한 이후 소득세법을 새로 써야할 만큼 개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는지 궁금하다.
☞자료수집 등 기초조사를 마치고 지난달 말경부터 본격적인 소득세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김완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정해욱 세무사, 안수남 세무사 등 소득세 및 양도소득세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법조문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무사들의 실제 경험에 학술적인 부분을 더하기 위해 조세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많은 연구위원들이 이번 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세법에 나열된 소득만을 과세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급격히 사회가 변화하면서 각종 새로운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소득세법은 계속 과세소득이 덧붙여져 누더기가 됐다.
법령의 체계가 산만하고 세부내용도 허술해 납세자들이 자신과 관련된 세법조항을 찾기가 매우 힘들어진 반면, 내용은 더욱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이 자신의 근로소득에 대해 과세대상, 납부절차, 원천징수, 조세지원 등 관련 세법 조항을 직접 찾아보는 일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번 용역을 통해 기존 세법의 틀을 완전히 바꿔서 납세자들이 찾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소득세법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 그동안 진행해온 개정작업의 성과는 무엇이며, 특별히 소득세법 개정작업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납세자들이 세법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법외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본법만 봐서는 세법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아주 세세한 절차적 규정들을 제외하고 현행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긴 많은 내용들을 본법으로 옮길 계획이다. 납세자들이 소득세법만 봐도 과세대상, 세액계산, 세금감면 등 여러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한번에 알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본법으로 옮길 수 없는 내용들이 있다면, 소득세법 자체에 일종의 주석 또는 참고지문을 기재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 '소득세법 새로 쓰기' 연구용역 결과는 언제쯤 발표되며, 발표 이후에도 정부의 각종 세법 개정작업에 계속 참여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재정부 조세법령개혁 TF팀과 3주 단위로 논의를 계속하고 있고, 오는 12월 정부와의 최종 합의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11월까지는 소득세법 개정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새로 쓴 소득세법은 올해 연말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내년에는 소득세법 본법에 이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개정작업 용역을 수주해 소득세법 새로 쓰기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할 방침이다.
오는 2013년에는 소득세법·법인세법·부가가치세법 등 현재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세법 이외에 기타 세법들을 대상으로 2차 개정작업이 진행된다. 세무사회는 상속·증여세법 등 아직 개정작업에 착수하지 않은 세법들을 새로 쓰는 데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는 세무사회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조세정책과 관련된 공청회·토론회 등에 자주 참석하고, 매년 진행되는 세제개편에도 세무사회 조세제도개혁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납세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건의사항을 제출하는 등 활발히 참여하겠다.